8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다. 길게 줄을 선 시민들 중 상당수는20,30대 젊은 층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긴 줄이 이어졌지만, 이들은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라”는 보건소 측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3000명 이상이 강남보건소에서 코로나19검사를 받았다.
4차 유행 원인 지목된2030"검사받겠다"
이날 보건소를 찾은2030세대들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을 이끄는 주요 확산 원인으로 지목된 데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의식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요즘20,30대가 마스크도 잘 쓰지 않은 채 술집과 거리를 누비고, 한강에서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하고, 휴가철이라고 마음껏 여행을 다닌 뒤SNS에 올리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았냐”며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거리두기가 느슨해지자 다들 지나치게 풀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모(36)씨는 “델타 변이는 마스크를 해도 감염될 수 있다는 정보가 돌아 불안해서 검사를 받으러 나왔다”며 “겨우 회복하려던 일상을 또다시 미뤄야 하는 스트레스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모(32)씨는 “주변에 ‘나 하나쯤은 백신을 맞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며 “집단면역에 얹혀 가려는 얌체 심보”라고 꼬집었다.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한강서 음료수에 술 숨겨 마시는 친구, 부끄러웠다"
이날 전체 코로나19확진자1275명 중20,30대는 전체의45.4%(579명)에 달했다.20대와30대 인구10만 명 당 코로나 발생률은 한 주 만에 각각51.9%,35% 증가했다.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학원, 주점, 유흥시설 등이 집단감염 통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전날부터 오후10시 이후 한강 둔치 등 야외 공원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모(26)씨는 “시행 첫날부터 한강에 다닥다닥 앉아 술을 마시는 이들에 대한 기사를 보고 한심함을 느꼈는데 정작 내 친구들이 술이 발각되지 않도록 다른 음료병에 술을 넣어 마시는 법을 공유하는 걸 보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백신은 후순위인데 책임 전가" 불만도
앞서 김부겸 총리는 지난 7일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수도권의 코로나19감염은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20~30대는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가까운 선별 검사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청와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선제검사를 실시하며 검사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익명 검사를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놓고 “코로나 확산 책임을2030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불만도 나왔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김모(27)씨는 “20대는 백신 접종에서 제일 후순위로 밀려나 잔여백신이 아니라면 8월 말에야 맞을 수 있다”며 “정부가 백신 수급을 더 빨리 해줬다면 젊은 층이 이렇게 코로나에 많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 백화점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전날 ‘검사 키트 대란’까지 벌어졌던 강남보건소는 이날 비교적 원활하게 검사가 진행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인력을10명가량 더 파견했고 부족한 키트를 업체로부터 그때그때 수급해 검사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했다”며 “이날 강남 일대 선별소 전체에서 키트 부족 현상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