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들이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주4일 근무제’를 공약으로 내세우자 금융노조가 “우리가 앞장 서겠다”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주4일 근무제 도입으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추가로 드는 인건비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는 지난17일 공동으로 ‘주4일 노동과 금융노동자의 미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주 5일 근무일 중에 근로자가 4일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럴 경우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6곳과 지방은행 6곳,IBK기업은행과NH농협은행 등 특수은행 5곳에서는 현재 인원의20%에 달하는 2만3088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발표됐다.
주4일 근무제를 가장 먼저 공약으로 내세운 대선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다. 심 후보는 내년부터 주4일 근무제 시범운영을 거쳐2025년부터 입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장기적인 국가 과제로 꼽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작년 말부터 은행권에서 주4일 근무제가 거론됐다. 일부 은행에서는 “2022년부터 주4.5일 근무제를 도입해 주4일 근무제 실험을 하기로 했다”는 말이 돌기까지 했다.
이미지 출처 : 조선일보
은행 업무의 디지털화와 온라인화가 확대되면서 은행원들의 업무량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2018년167.2시간이었던 은행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2020년에는157.3시간으로10시간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은 4대 은행 기준9276만원(2018년)에서9836만원(2020년)으로 늘었다.
노조 측은 “근무 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임금은 삭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부가10% 이상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8%의 면세 혜택을 주면 된다”며 “기존 직원과 신규 직원 간 임금 차이가 평균 2% 이상 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로 시간이 줄어도 임금 삭감을 하지 않고, 그 비용을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라는 것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를 도입한다면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한 인사관리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조는 “주4일 근무제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은행들은 거의 매년 희망퇴직 등으로 은행원을 줄이는 추세다. 지점을 줄이면서 직원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업무 중 창구 비중은7.3%(2020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 반면 인터넷뱅킹 비중이65.8%에 달한다. 이런 변화에 따라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 지점 숫자는2017년3575개에서2021년3203개로10.4%(372개) 줄었다.2016년13만6353명이었던 전체 은행권 임직원 수도 4년 만에10.5%(1만4349명) 감소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은행 지점과 은행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주4일제 도입만으로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라며 “은행마다 희망퇴직을 하는 중인데 주4일제 도입은 은행에 남아있는 사람들만 누리는 잔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